짧은 슬럼프

왠지 우울하고 시니컬해졌다..

갑작스런 슬럼프..

직장이라는 곳은.. 잘 할 수 있을것 같으면서도.. 왠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곳 같다.
또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짜피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는 상관없는, 결과를 내면 되는 곳이기도 한데..

결국 문제는 인간관계인걸까..

가까우면서도 뭔가 다른 사람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는게 왠지 껄끄러운걸까..

이런것도 단지 우울해서 드는 생각이겠지..

아빠는 나에게 이제 좀 사람이 되어간다고 하셨다.

난 이 생활과 이 사회에 잘 적응 할 수 있다. 자신은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것같다…
혹시 모두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길들여지는걸까…

생각이 어지럽다… 쉴 곳이 필요하지만 쉴 곳을 찾고싶지도 않다..

우울함의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이젠 쉽사리 허락되지 않고..
내일 아침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야한다..

음악으로 우울함을 끌어올리며 잠들었다가 일어났다.
과거를 뒤적거리는 동시에 상쾌한 음악으로 우울함을 흩어트리려한다..

컨디션..

컨디션이 안좋은걸까??
오늘은 제품검사라인실습 마지막날이였는데 같이 일하는 애가 하는말이 내 표정이 꿍하고 웃어도 웃는것 같지가 않다고 한다.. 확실히 꿍하긴 했지..
왜인지 잘 모르겠다.. 하긴.. 원인으로 생각해볼만한건 있다. 하지만 원인이라 생각하는 그것도 그저 하나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일단 문제의 시발점은 윈도우 비스타가 아니였나 생각해본다… ㅡㅡ;;

토요일날 아침, 오후에 진영이 결혼식을 앞두고 사진정리를 하려는데 하드에 사진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 드디어 새 하드를 살 때라고 생각하고 바로 금호월드에 가서 삼성 500GB SATA2 디스크를 샀다..
새 하드디스크인만큼 윈도우도 새로 깔려고 이래저래 뒤져보니 윈도우 비스타 통합버젼이라는게 보인다. 이제 비스타도 어느정도 안정되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받아서 DVD로 굽고 새 디스크에 깔았다. 일단 320GB짜리 디스크에는 이전에 쓰던 윈도우 XP가 그대로 들어있는 상태..
한시간쯤 걸려서 비스타를 깔았는데.. 이상하게도 새 디스크로 부팅이 되지 않는다.. 웃기게도 XP가 들어있는 디스크로 부팅을 하면 운영체제를 선택하는 메뉴가 나타나면서 양쪽 운영체제를 고를 수 있는데 비스타가 들어있는 디스크로는 아예 부팅이 안되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싶어서 XP가 깔려있는 디스크를 떼어내고 다시 비스타를 깔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 이번엔 데이타용으로 사용하는 200GB짜리 디스크로만 부팅이 되고 새 디스크로는 여전히 부팅이 안된다.. 그래도 윈도우는 시작된다… ㅡㅡ;;
결국 새 디스크를 제외한 나머지 디스크 3개를 모두 떼어내고 깔았더니 제대로 부팅이 가능했다..

이렇게 소모한 시간은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대략 4시간..
창원에서 왔다갔다 하느라 안그래도 짧은 주말인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게 너무 싫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운영체제를 새로 깐만큼 프로그램도 다시 깔아야했다.. 일단 당장 필요한 그래픽 프로그램들부터 깔았다..
하지만 이전 세팅들을 불러와야하기때문에 부팅디스크를 바꿔가면서 세팅들을 옮겼다..
그리고 정말 시간을 많이 소모한건 자료를 옮기는 작업.. 320GB짜리 디스크에 있던 자료들을 모두 옮기는데… SATA2라도 이건 어쩔수 없나보다… 정말 몇시간이 걸렸다..

토요일을 가뿐히 넘기고 일요일에도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계획했던 사진정리는 물거품이 됐고 버스타러 가기 직전까지 자료와 사진DB를 정리하다가 급히 나왔다..

하지만 본론은 이게 아니다.. 사진정리야 좀 나중에 해도 상관없지않은가..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일요일부터 시작된 물건흘리기..
일요일, 11시 예배를 마치고 부모님을 따라 오리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먹고 오다보니 생각나는것은 성경책과 노트를 식당에 두고온것… 기억력이 부족한 나로선 언제나 들고다니는 노트인데 놔두고 왔다는게 나도 믿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평상시에 가방에 넣어서 다니다가 그냥 들고다녔더니 챙기질 못한거라고 생각했다..
좀전에 말했듯이 일요일 오후에 컴퓨터를 붙잡고 있다가 급하게 버스를 타러 나갔다. 약간 찝찝하면서도 다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작은걸 빼먹었다.. 바로 기숙사 집열쇠;;;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때부터 급우울(?)해진것같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오후에 힘든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 퇴근버스를 타러 가는데 뭔가 허전하다.. 알고보니 생산라인에 겉옷을 두고 온것이다..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챙겼다..
같은 방을 쓰는 다른 사람들을 기다려서 기숙사에 들어온 후 성남에서 지낼 고시원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하려고 게임방에 왔다. 다행히도 한 형이 열쇠를 빌려줘서 편히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발은 별로 가볍지 못했다..
아파트를 나서서 걷다가 메모를 해야할 것 같아서 다이어리를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다보니 가방안에 MP3가 없기에 그걸 가지러 다시 갔다왔다.
또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번엔 펜이 없다. 또 가져왔다…

이제 자신에게 실망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도대체 왜 자꾸 이러게 되는지 이해할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건 무슨 머피의 법칙인가??
비스타를 까느라 스트레스를 받은게 첫째 원인일테고.. 식당에 수첩을 놔두고 오면서 불안감이 가중된것같다..
나는 내 기억력을 정말 믿을수가 없기 때문에 수첩이 없으면 정말 불안하다.. 다행히도 중요한 내용들을 옮겨놓은 프랭클린다이어리가 있었고 핸드폰에도 역시 메모가 남아있었기에 노트의 비중이 그나마 낮았다.

점점 더 많은 일들이 내 앞에 놓이면서, 이 일들을 정리해놓지 않는다면 깜빡 잊고 있다가 갑자기 나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약간의 강박관념도 섞인것같다..
현재 주변상황이 명확하게 정리가 안되어 있는것도 문제다. 광주와 창원을 오가면서 내 물건들이 흩어지고 방은 점점 어지러워진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챙겨야하는 상황이 너무 싫다..
빨리 나를 정리할 수 있는 내 공간을 마련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