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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촬영은 절대 쉬운일이 아니다..

그냥 서서 카메라를 조작하는것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내 몸이 말해준다.

어짜피 운동도 별로 안하고 비교적 허약한 몸이긴 하지만.. 3시간정도 이상을 촬영하고 난 후엔 그 뻐근함을 견디기가 힘들다..

그렇게 내 체력과 시간을 소비하면서 계속 촬영을 하는 것은 왜일까..

음악이 좋아서? 단순히 매달릴 무언가를 찾아서?

이번학기를 시작하면서 내 취미 중 많은 것들을 내려놓았다. TRPG 카페의 운영자직을 내려놓은것만으로도 나에겐 커다란 여유가 생겼다. 촬영은 그 여유를 메꾸기 위한 또다른 취미일뿐인걸까?

사실 나도 그것이 가지는 정확한 의의를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그것을 시작한 이상, 내가 원하는 수준에 올라서고 싶은 마음으로, 그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는 기회가 별로 없을것이기에 지금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의도적으로 부여한 목적은 아니다.

먼저, 이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한 또 하나의 도구인지도 모른다.

이번 학기를 시작할때 카페의 운영자직을 내려놓으면서, 이제는 학교에서의 인간관계들을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되돌아보면, 소중한 팀가족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 그리고 학교의 인트라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렇게 나의 존재를 알리는 것.. 그게 내가 촬영을 하는 목적이 아닐까..

그리고..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처럼 이렇게 모든 공연을 다니면서 촬영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어떤 단체에도 속해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촬영과 관련된 단체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단체가 존재할 수는 없다. 만약 있더라도 내가 거기에 가입했을리도 없다.

그래서.. 내가 교내에서 동아리나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던것은 이런 일을 위한게 아니였을까..

운명론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볼만도 하다.

4학년.. 졸업은 다가오고 생각할 것은 많고 할일도 많으며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가끔씩 심란해진다.

과연 내가 갈 길은 무엇일까.. 이 취미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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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년 2학기 창문 축제 첫번째날

“창문 축제”는 “창(조)문(화) 축제”라고 한다. 몰랐는지 잊어버렸었는지 모르겠지만 김영섭 교수님이 알려주셨다.

어느샌가 축제는 나에게 꽤나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전에도 말했던것 같지만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 안에서 함께 하는 입장이 되었달까.. 그 시점에 있어서 크게 달라졌다.

예전엔 목요일부터 축제가 시작했던것 같은데 어느샌가 수요일이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일이 되었다. 수요일 아침부터 학생회관 앞에는 천막들이 가득하고 5교시 연합채플이 끝난 후부턴 본격적인 장터와 공연들, 그리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는 카페들까지 가득하다. 아무래도 수요일과 목요일 빡세게 놀고 금~일요일은 쉬거나 따로 놀러가는 그런 분위기가 굳어진 것 같다. 더불어 학교측에서는 축제를 주말을 통해서 하도록 하기 위해 수업을 금요일 오전까지 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목요일 오후부터는 수업을 하지 않는다.

아침은 자느라 못먹었다. 어제 좀 늦게 잤더니 역시 정신을 차리는게 쉽지 않았다. 그냥 차분히 11시 12시쯤 일어나서 뒹굴거리다 나가서는 우연히 창익이를 만나 점심을 먹고 사진학 수업에 놀러갔다. 작년 가을에 들었던 수업이니 딱 1년만에 가보는건데, 교수님은 왜이리 말랐냐고 하신다. 그때에 비해 머리가 많이 짧아져서 그렇게 느껴지는것 같다. 난 청강하러 왔다고 했지만 교수님은 역시나 놀러온거 뻔히 안다고 하신다. 정말 유쾌하신 교수님 ㅎㅎ 별건 없었다. 그냥 다른 학생들 사이에 껴서 사진찍고 돌아다녔다. 정말 별거 없었다.. ㅡㅡ;;

방에 들어와서 좀 쉬다가 사진 가르쳐달라는(?) 팀후배의 말에 연합채플에 가서 뒤에서 사진기로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를 간단하게 가르쳐줬다. 줌링을 돌리고 셔터를 누르는 정도…. ㄱ- 아무래도 나의 행동들에는 허무주의가 강하게 배어있다. 채플에 오신 목사님이 대단하시다. 무려 랩과 락, 메탈까지 부르셨다;;;

채플이 끝난 후엔 팀축구..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방에 가서 옷도 갈아입고.. 전후반 45분동안 양쪽 다 한골도 안나와서 결국 승부차기, 그것도 6번째까지 가서야 결판이 났다. 승리. 이제 2게임 남았다. 끝난 후엔 애들과 저녁을 먹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7시 쯤이였나… 부터 11시 넘어서까지였다. 모조리 동영상을 찍으려고 하니 여간 빡센게 아니다. 밧데리 충전이 덜되어있어서 2번이나 갈아야했고 테잎도 2번 갈았다. 이런 상황에서 도와주는 조수같은 사람의 필요성을 느꼈달까.. 참 거창하다.. ㅡㅡ;; 이제 경험이 좀 쌓여서인지 촬영이 조금은 편해졌다. 줌을 하고 프레임을 이동시키는게 자연스러워졌달까.. 고생한 보람인건가.. ㅎㅎ 확실히 고생은 고생이다. 4~5시간동안 서서 모노포드에 올려놓은 캠코더를 조작하고 있으니.. 몸에 별로 진동이 없는건 축복이랄까.. 잘 써먹고 있다. ㅎㅎ

동아리 공연은 여태까지에 비해서 많이 좋아졌다. 총동아리연합의 억지스러움이 통한걸까.. 사람들이 좀 바껴서 그런걸까.. 만족스러운 공연이 정말 많았다. 그래도 좋아하는 몇몇 동아리가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내일도 공연이 잔뜩.. 오늘만큼 힘들테니 푹 쉬어야한다… 하지만 수업 두개의 압박… ㄱ-

나름대로 축제를 즐기고 있고 보람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어디까지나 혼자라는 것.. 공연을 한 사람들은 끝난 후 뒷풀이를 하지만 나는 방으로 돌아와 정리를 할 뿐이다. 어짜피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일이긴 하다.. 누군가의 시간을 완전히 뺏지 않는한;; 모르겠다.. 이런게 정말 나의 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