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루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믿었다.” 라는 제목의 E-mail

스팸메일함. 정확히는 내가 안심메일로 등록하지 않은 메일주소로부터 오는 메일들이 쌓이는곳(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시스템이다)을 쭉 살펴보다가 저런 제목의 메일을 발견했다.

이름은 역시 모르는 사람이지만, 왠지 호기심이 발동해서 열어보았다. 하지만 역시 무작정 여는 것은 금물!! 먼저 “소스보기” 기능을 이용해서 속부터 살펴본다. “보통”의 메일이라면 소스보기로도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뭔가 수상쩍은 메일이라면 아무런 피해없이 확인해볼 수 있다.

그 메일의 소스는 아래와 같다. 그들의 센스에 감탄했다! 이건 마치 퍼즐같지않은가.. ㅋㅋ

[#M_Source|Source|

<B><font color=white> 그러나 만나 보니 그렇지 않았다.
"좀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네."
가쓰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자네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은 리라 마마와 나
는 깊은 관계를 맺었다네. 예전엔."
</font><BR>
<font color=white>요</font>로<font color=white>모</font>티<font color=white>티</font>플<font color=white>탸</font>,<font color=white>더</font>오<font color=white>서</font>광<font color=white>며</font>잡<font color=white>려</font>고<font color=white>져</font>현<font color=white>기</font>금<font color=white>녀</font>따<font color=white>켜</font>자<font color=white>퓨</font><br>
<font color=white> "저도 그런 소문을 조금 들은 적은 있지만......"
</font><br>
<font color=white>그</font>리<font color=white>쿠</font>얼<font color=white>효</font>머<font color=white>뎌</font>니<font color=white>큐</font>포<font color=white>너</font>커<font color=white>뱌</font>맞<font color=white>커</font>고<font color=white>두</font><BR>
<font color=white> "성인끼리 나눈 사랑이었으므로  때가 되면 서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
</font><BR>
<font color=white>쇼</font>네<font color=white>녀</font>이<font color=white>켜</font>버<font color=white>켜</font>에<font color=white>뱌</font>서<font color=white>뱌</font><img src="cid:uk"><font color=white>뱌</font>을<font color=white>너</font>검<font color=white>츄</font>색<font color=white>기</font>해<font color=white>노</font>보<font color=white>포</font>는<font color=white>미</font>센<font color=white>샤</font>스<BR>
<font color=white>처럼 기분좋게 헤어질 줄 알았지. 그런데,  그 때가 오니까 본색을 드러
</font><br>
<font color=white>낸다고  해야   좋을까,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아무
튼......"
"헤어지자는 이야기에 발끈한 게 아닙니까?"
"그래. 그렇다네. 이건 남자의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야 되겠
지만, 나는  마마도 내 결혼을  축복해 주리라는 상상을  하고 있었지.
그러나, 축복은 상상하지도  말아야 할 형편이라네. 아니,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네."

후략....
_M#]

새 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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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집에 와서 푹 잤다.. 역시 속편하게 늘어지고 싶을땐 무거운 이불에 파묻히는게 좋다.

점심쯤 일어나서는 밥을 먹고 아빠의 새 차를 타고 영광쪽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그랜져 L330 이던가.. 저 영문자가 뭔가 다른거였던것같은데... 어쨋든 3300cc.. ㄷㄷㄷ

조용한 6기통 엔진덕에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가속도 빠르다. 라고 자랑하면 된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먼산

나도 운전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비싼) 새 차를 운전하는건 부담스러운데다, 26세 미만은 보험처리가 안되는 보험을 들었다고 한다.. 내년쯤 되야 운전해볼 수 있다는 얘기.. ㅎㅎ

새 차도 좋지만.. 중요한건, 그렇게 드라이브를 다녀온 후 양복을 사러 간 것이다.

어중간하지 않게, 앞으로도 쭉 입을만한 것으로 사려는 생각에 작정하고 신세계 백화점으로 갔다.

예전에 대학교 입학할때 양복을 한벌 산적이 있긴 하지만.. 매우 부담스러운 체크무늬라서 입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그리 좋은 것도 아니였다.. 따라서 그 양복은 무시하고... 사실상 첫 양복인 셈이기 때문에, 거의 세트로 구입을 했다..

상하의 한벌, 셔츠 한벌, 겉옷 한벌, 구두 한짝(?).. 용어 잘 모르겠다.. ㅡㅡ;;

워낙 클래식한 옷은 입어본적이 없기 때문에 과연 어울릴까..하고 고민도 했지만.. 생각 외로 괜찮았다.. 어색하긴 했지만.. 적어도 봐줄만 했다.... ㅡㅡ

점원들은.. 참 친절하다. 역시 돈이 많이 오고가는 매장이기 때문이어서일까.. 하나씩 잘 설명해주고, 충분히 솔직해보이고, 센스도 있어보인다. 물론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먼산

적어도 양복을 자주, 그리고 많이 입으시는 아빠와 함께 갔기 때문에 엉터리로 사게 될 일은 없을꺼라는 생각에 마음 편히 그들이 권해주는 대로 이것저것 입어보고 설명도 들어가면서 골랐다.

재밌는건, 막상 고르고 보니, 그다지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내가 아무거나 걸쳐도 멋진 옷걸이는 아닌데다가, 그들의 센스가 출중했을 수도 있다. 혹은, 단지 그 옷들이 좋아서?

어쨋든 결과물은..

상의는 무늬 없는 약간 번들거리는(?) 검정색, 카라(?)부분이 좀 강조되어있어서 어깨가 넓어보인다고 한다. 말을 듣고 보니 그런것 같다. ㅡㅡ;; 마른 체형을 커버하기 위해 상하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걸로 할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처음은 무난하게~

하의는.. 허리가 무려 27(!!)인 옷이 딱 맞지만, 살짝 여유를 둬서 28짜리를 산 후 허리만 줄이기로 했다. 27짜리는 통이 너무 좁아서 보기 안좋다는 평. 놀라운건 내가 봐도 그렇다는 것!! 나도 옷 보는 눈이 좀 생긴건가?!! 그나저나.. 나중에 뱃살 생겨버리면 어떡하지.... ㄷㄷ

겉옷은.. 정장에도, 캐쥬얼에도 어울릴만한 걸로 샀다. 실제로 평소에 입고다니는 옷에 입어도 잘 어울린다. 청바지에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굿~ ㅡㅡb 사실 그런 단정한 겉옷을 한벌 사고싶었다. 그래도 입고 산길을 오르는건 무리.. ㅡㅡ;;;

셔츠는.. 아주 약간 삐까번쩍한 흰색에 광택있는 검은색 단추가 포인트(!!)다. 좀만 더 오바했으면 예복스타일이겠지만.. 그렇게 눈에 확 띄지는 않고 그냥 단정한 느낌이다. 신사복이란 이런식으로 멋진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역시 굿~ 맘에 든다.

구두는.. 좀 힘들었다.. 엄마가 자꾸 키높이 구두를 사자고 하시는 바람에... ㅡㅡ;; 내가 평소에 구두를 신는 버릇은 없으니.. 아예 정장용 구두를 살까 했지만..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캐쥬얼에도 어울릴만한 걸로 골랐다. 좀 어색하긴 하지만 신어본 결과 그리 부담스럽지도 않고.. 괜찮다. 다만, 구두를 간만에 신었더니 뒷꿈치부분이 고단하다... ㄱ-

넥타이는.. 워낙 유행을 타기 때문에 그냥 아빠한테 있는걸 쓰기로 했다. 마침 새로 들어온(?) 것들도 몇개 있다고 하신다.

결론은.. 역시 비싼 옷은 어찌됐건 멋지다는거... ㅡㅡb

가격은.. 대충 듣고는 차마 계산서를 볼 수 없었다..... ㄱ- 이런게 바로 부모덕인가보다.. ㅎㅎ;;;_M#]

키르케

출처: 김윤아 솔로 1집 “섀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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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오랜 옛날, 또는 아주 먼 미래에 어떤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는 치치라고 하는 정열적인 여성 지배자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고,
그녀는 백 년도 넘게 계속된 영토 전쟁으로 전 세계 대륙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황제의 땅을 넓혀 준 1등 공신은 사헬이라고 하는 기사였는데요,
은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 냉정하고 긴 눈매, 믿기지 않을 만큼 하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살육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진, 전쟁 마니아였죠.
7년 전의 영토 전쟁에서는 검 한 자루만을 가진 단신으로 3백 명의 적을 죽였다는 얘기가 아직도 전설처럼 떠돌고 있답니다.
보석을 배설한다는 거짓말 같은 소문의 화제 치치는 신들과의 모종의 거래로 노년의 연령에도 불구하고 처녀 같은 모습이었고, 각각 다른 남편에게서 얻은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었습니다.
첫째 아들 사딘은 황제의 아버지뻘로 보이는 용모의 학자였고,
둘째 아들 카지마는 황제가 바람의 신과의 사이에서 얻었다는 뒷이야기의 슬퍼 보이는 바람둥이였죠.
그리고 막내딸, 우리의 주인공인 황녀님은 황제의 단성 생식으로, 어느 눈 오던 날 태어났습니다.
온전한 자신만의 자손을 얻고 몹시 기뻐하고 있는 황제에게, 오랜 친구인 대마법사 키르케가 찾아왔습니다.

"아름다운 자손을 얻으셨군요.
특별한 축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황녀님을 위해 제가 준비한 두 가지 축복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축복은,
황녀님이 원하시는 단 한 분에게서 평생 동안, 그리고 죽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받도록 해드릴 겁니다.

두 번째 축복은,
황녀님이 원하시는 단 한 분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평생, 그리고 죽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받도록 해드릴 겁니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황제?"

허영심 많은 황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두 번째 축복을 선택했습니다.

어느덧 긴 시간이 흐르고 황녀는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했습니다.
목소리는 꿀과 같아서 사람의 마음을 녹였고,
눈동자는 깊고 맑은 호수와 같아서 누구나 그 눈을 바라보면 거짓말할 수 없었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은 이슬 맺힌 거미줄처럼 가늘고 빛났으며,
뺨은 복숭아같이 향긋하고 보드라웠습니다.
키르케가 약속한 축복이 아니었어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황녀를 사랑했을 것만 같습니다. 모든 사랑스러운 단어들은 그녀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었으며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구혼자들이 그녀에게 구혼했습니다.

그렇지만 키르케가 가지고 온 것은 축복이 아닌 저주였습니다.
키르케에게는 용납할 수 있는 인간과 용납할 수 없는 인간이 있었습니다.
황제와 대마법사 키르케는 친구였지만, 키르케에게 황제는 용납할 수 없는 인간으로, 그녀는 황제를 마음속 깊이 미워하고 있었거든요.
키르케의 약속대로 황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얻었습니다.
단 한 사람, 기사 사헬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이었죠.

황녀는 우리로 치면 열다섯 정도 되던 생일 연회에서 잠시 황궁의 정원으로 바람을 쐬러 나왔습니다.
자신을 향한 맹목적인 애정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참으로 지치는 일이어서 말이죠. 우리의 황녀는 가엾게도 하루 종일 사람 손에 안겨 있던 작은 새처럼 피곤했습니다.
정원의 그네에 앉아서 눈 속에서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붉은 꽃들의 농염한 향기에 취해 있을 때, 그녀는 불행히도, 그러나 운명적으로 연회장을 향해 정원을 가로질러 오고 있는 사헬을 보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사헬을 만나고 얘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에게는 어떤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사람에게 특별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있지 않은가요?
그 날 밤, 차가운 전쟁 마니아, 황제의 수석 기사 사헬을 향해 황녀는 결코 보답받을 수 없을 깊고 깊은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냉정함도, 그녀의 차갑고 흰 피부도, 그녀에게서 풍기는 독특한 금속의 냄새도 모두 다 마음이 저릴 정도로 그리웠습니다. 황녀는 1초도 쉬지 않고 사헬을 생각했고 그녀와 만나게 될 순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지루한 업무 보고도,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던 군사 회의실도, 몇 시간이나 걸리는 고위 관직자 회의도 모두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으로 가슴 설레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회의, 어떤 업무 보고에서도 사헬은 황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애정을 그저 받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사랑을 구하려는 노력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황녀로서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그녀를 어떤 식으로 사랑해야 하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황녀는 사헬을 바라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의 환희와 지옥의 절망 사이를 방황해야만 했습니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강하게 매료되어 사랑을 느낀 적이 있다면 알고 있겠지만, 이런 경우 사람은 하루 종일 가벼운 흥분 상태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으며, 별것 아닌 자극에도 괜히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고, 견딜 수 없이 달콤한 나른함에 완전히 취해 구름 위를 걷다가도 순간순간 엄습해 오는 강한 불안과 혹독한 수치심에 고개를 젓기도 하는 법이지요. 보통은 그저 한두 달 정도 지속되는 이 사랑의 흥분 상태가,
우리의 주인공, 허영심 많은 모황과 차갑기만 한 연인을 가진 가여운 황녀에게는 무려 1년이 넘도록 계속되었습니다. 마냥 사랑스러웠던 황녀는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고통에 깊이 잠겨 있는 동안 슬픔을 품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소유자로 빠르게 성숙했습니다. 당연히 황녀의 숭배자들은 더 많아져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더 먼 곳으로부터 출발해 왔고, 황녀가 연회에서 한숨지으면 다음날 황궁을 모두 뒤덮고도 남을 꽃과 선물들이 배달되어 그녀를 위로했고, 황제는 딸을 위해 전 세계에서 고른 3천 명의 미동들로 채워진 궁전을 선물했습니다. 황녀의 두 형제 중 사딘은 원래 고명한 학자로 이름이 높았었습니다만 여동생을 향한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욕망때문에 황족의 신분을 버리고 도망쳐 어떤 신전의 구도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황녀는 여전히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헬 때문에 이 모든 다른 사람들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외로웠습니다.
황제의 만류에도 사헬을 따라 전장으로 나간 일도 있었고,
불쑥 사헬의 저택에 찾아가 곁에서 잠들었던 밤도 적지 않습니다.
값진 보석과 귀한 갑옷, 심지어 신들의 음식이나 무기를 선물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황녀가 사랑하는 사헬의 냉정한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황녀도, 보석도, 신들의 음식도, 어떤 인간이나 어떤 물건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어떤 것이었습니다.
사헬은 물론 황녀에게 충성을 바치며 어떤 요구에도 복종해 왔지만,
황녀도 사헬에게 "나를 사랑해라"라고 명령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헬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황녀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사헬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2 황자 카지마의 친구이자 배다른 형제인 꿈의 신의 청혼을 받아들여 신들의 나라로 가 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황제는 황녀가 자신의 나라에서 한 달, 신들의 나라에서 한 달씩 사는 것을 조건으로 결혼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꿈의 신은 뛸 듯이 기뻐하며 황녀에게 신의 수명과 신의 능력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하고 황제가 통치하는 모든 영토에서 악몽을 몰아내 주었습니다. 열흘 동안이나 결혼 전의 축제가 계속되고 모든 사람들이 마시고 춤추고 노래했습니다. 하늘에서는 눈처럼 꽃잎이 내렸고 신들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천상의 음표가 기쁨이 되어 거리를 떠다녔습니다.
그리고 황녀는 보석으로 만든 실로 짠 결혼 드레스가 걸려 있는 자신의 침소에서, 비오는 추운 땅의 전장에서 싸우고 있을 사헬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결혼식이 치러지고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신들의 땅에 들어가게 됩니다. 황제에게 그 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환상적인지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황제조차 신들의 땅에 처음 갔을 때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하루 종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신이 되어 신들의 나라에 간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진심을 말해 볼까요?
황녀는 마왕이 사는 지옥 가장 깊은 곳에 떨어져 영원히 불탄다고 해도 사헬의 사랑을 얻을 수만 있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만일 마왕이 "사헬을 줄 테니 너의 모황, 너의 형제, 너의 백성을 나에게 팔아라"라고 요구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팔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황녀는 언젠가 사헬에게 처음 사랑을 느꼈던, 지지 않는 붉은 꽃 정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믐달이 푸르게 빛나고, 바람은 꽃 내음을 안고 불어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흰 꽃잎 속에, 1년 사이에 아이에서 성인으로 훌쩍 자라 버린 자신의 모습이 더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황녀는 들고 있던 단도를 심장으로 향하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습니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두 뺨에 눈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이내 황녀는 단도를 심장에 꽂은 채, 눈처럼 하얀 꽃잎이 쌓인 붉은 꽃 정원 위에 붉은 피를 뿌리며 영원히 잠들어 버렸습니다.

황녀의 서거로 온 세상이 슬픔에 잠겼습니다.
수많은 숭배자들이 그녀를 따라 죽음을 택했으며, 그녀의 약혼자 꿈의 신이 충격으로 쓰러져 자리에 눕는 바람에
사람들은 잠들어도 꿈을 꿀 수 없었습니다.
구도하고 있던 제1 황자 사딘은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으로 장례에 참석했고, 황녀와 각별히 사이가 좋았던 제2 황자 카지마는 슬픔을 가누지 못해 장례에 참석 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장례식에 자리한 모든 사람들이 복받쳐 오르는 깊은 슬픔에 오열했고, 수의로 바뀐 웨딩드레스에 싸여 창백하게 눈을 감고 있는 황녀의 시신을 황제는 몇 시간이고 망연히 안고 있었습니다.
황제는 전 세계의 고명한 조각가들을 모두 소집해서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황녀의 동상을 만들어 황궁 안에 세웠습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거대한 상아로 만들어져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황녀의 등신상이 황궁에서도 전망이 가장 아름다운 남쪽 회랑 앞 복도에만 아흔아홉 개, 나머지 황궁 구석구석에 수백 개나 세워졌습니다.

황제의 마지막 영토 전쟁으로 기록될 북쪽의 비 오는 추운 나라에서의 전쟁을 역시 승리로 이끌어 세계 정복의 과업을 완수하고 돌아온 수석 기사 사헬은 슬픔에 잠긴 황제를 남쪽 회랑에서 알현하고 복도를 지나며 그제야 황녀의 모습을 바라봐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그녀에게 말을 걸어 주었습니다.
"평안하십니까?"

사헬이 몸을 돌려 평소의 냉정한 걸음걸이로 회랑의 복도를 지나
더 이상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살아 있을 때처럼 아름다운 황녀의 동상이 조용히 눈물지었습니다._M#]

변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즐거웠던 그 자리는 더 이상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았다.

예전에라면 즐거움 속에 웃고 넘길 수 있었던 문제들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분명 상황이 변한건 아니다.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인데.. 나만이 변한 것 같다.

하나의 흥미가 사라졌다. 그 빈자리의 공허함만을 남긴채..

일시적인 문제라고.. 내 감정의 상태로 인한 일시적인 문제라고.. 애써 나를 설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