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글 보관함: 윈디시티

DSC04629.JPG

축제 후

축제 후라니.. 벌써 며칠이 지난건지.. 글이 길어질것 같아 걱정된다.. 이럼 꼭 중간에 끊기던데;;

그러니까.. 축제의 둘째날도 역시 열심히 촬영을 했다. 촬영한 시간도 그 전날보다 길었고 나중에는 아예 모노포드를 높이 들고 찍어야했기에 피로는 가중되었다. 아니.. 그런 피로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 가장 촬영이 힘들었던 시점은 소리창조가 시작되면서 촬영을 시작했을 때이다. 전날에는 객석의 앞에서 1/3 지점에서 촬영을 했지만 이날은 객석의 뒷쪽에서 촬영을 했다. 아무래도 앞쪽에서 찍으면 화면을 잘 나오지만 스피커와 너무 가까워서 소리가 뭉개지고 스테레오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중앙에 버티고 서있을순 없어서이다.. 그래서 뒷쪽에 자리를 잡고 하나하나 찍었는데.. 초반에는 아직 사람들이 많이 오가기때문에 끊임없이 잡음이 생겼다. 더군다나 다른 학교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근처에 몰려서 이런저런 잡담을 해대니 찍다가 자리를 옮길 수도 없고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학교 사람들이라면 대충 눈치를 주면 알아서 자리를 조금 피해준다거나 하는 센스를 발휘할텐데.. 이 사람들은 문화적 차이인지는 몰라도 내가 옆에서 캠코더로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개의치 않는듯 했다. 그 사람들에게 계속 신경쓰다 보니 막상 찍는데는 신경을 별로 못써서 화면도 흔들리고 화면이동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3팀쯤 찍고 나니 좀 안정되고 사람들도 (비교적)조용해져서 찍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학기 소리창조는 맘에 들었다. 소리창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이 자작곡을 가지고 나온데다 퀄리티도 좋다! 거기에 독특한 구성과 연출까지! 좋아진것 같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지난 소리창조 팀들은 잘 기억이 안난다…

참가하는 사람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들도 몇 보였다. 물론 그중엔 촬영 덕분에 알게 된 사람들도 있지만 어쨋건 나도 꽤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는 사회적 재산(?)에 뿌듯하다. 졸업하기 전에 좀더 많은 사람들을 알고, 또 사귀고 싶다.

소리창조 후에는 지누션, 양동근의 공연이 연달아 있었다. 지누션은 작년에도 왔었기 때문에 그냥 편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양동근의 공연은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데.. 난 사실 왜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노래는 가사도 잘 들리지 않고, 웅얼거리는 느낌이 강한데다 같이 나와서 랩을 하는 사람도 그렇게 높은 수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 음악에서 뭘 느낀 걸까? 그냥 양동근이 좋은건가? 그게 전부?? 그래도 마지막 앵콜곡은 좀 맘에 들었다. 역시 가사는 잘 들리지 않지만.. 뭐랄까.. 그의 감정이 담겨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사실 그 곡은 신앙고백의 성격이 강했다. 그 노래를 하기 전에 했던 말. “그냥 들어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윈디시티. 예전 이름이 어스토..뭐라던가? 어쨋건 잘 모르는 밴드인데.. 처음 두곡정도는 별 감흥이 오지 않았다. 레게인가? 전부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음악.. 그런데 점점 속에 있는 무언가를 쏟아내는 듯한 리더의 보컬(?)과 깔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세션..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점점 빠져드는걸 느꼈다. 아.. 늦은 밤.. 아니 새벽이라서 그런지 참 표현이 아스트랄해지는것 같다.. ㅡㅡ;;

어쨋든.. 그 음악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내는 그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영상을 찍긴 했지만 다시 보더라도 똑같은걸 느낄 순 없을것이다.. 정말 이름있는 “연예인”의 공연보다 백배 나은 공연이다. 이번 축제 원츄~

공연이 모두 끝난 후엔 문득 아람이에게 연락을 했다가 신바람 팀가족이 모여있는 별꼴 까페에 가서 함께 얘기를 나눴다.. 3시간이 넘도록 잔디밭에 앉아 촛불을 가운데 두고 케익도 먹으면서.. 정말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즐길만한 기회였다.

여기서 잠시.. 이 글이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만큼 배경지식(?)이 필요할듯 하다.

우리 학교에는 팀제도가 있다. 보통 학년과 학과가 모두 다른 30여명이 한 팀을 이루고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한학기에서 일년동안 함께 생활한다. 그리고 팀 내에서도 서로의 관계를 위해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내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팀CC와 팀가족이다. 팀CC는 남학생과 여학생을 한명씩 랜덤하게 정해서 일주일 혹은 그 이상의 시간동안 만나서 밥도 먹고 얘기도 나누도록 하는 것이고 팀가족은 보통 4명 이상의 사람을 모아서 한 “가족”으로 정한 후 한학기의 시간동안 함께 팀 활동을 함께 하게 하는 것이다. 좋은 제도이지만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진 않는다. 한동의 학생들은 너무 바빠서 이렇게 끈으로 묶어둬도 서로 만나서 관계를 발전시키기는 쉽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친구를 만드는 데에는 충분히 좋은 제도(?)이다. 위에서 언급한 팀가족은 작년 신바람팀에서 만들어진 가족인데 지금까지도 계속 만나서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얘기도 나눈다. 특히나 이번 학기에 들어서는 거의 하루평균 한끼 정도를 같이 먹고 있다. 그렇게 서로 편한 사람들이다.

부연설명 치고는 꽤 길었다. 어쨋든 그렇게 축제의 밤은 지나고 금요일이 되었다. 일단, 늦게 일어났다. 이틀간 촬영의 결과로 축적된 피로때문에 온몸이 뻐근해서 움직이기가 싫었다. 평소에 워낙 안움직여서 그럴것이다. 결국 하루종일 밖에 나간건 단 한번 테이크아웃을 해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까지도 푹 쉬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한건 아니다. 촬영한 동영상 정리, 편집에다 게임도… 그리고 토요일 밤부터 문제의 윈도우 프로그래밍 숙제를 시작했다.. 토요일 밤을 온통 소비하고.. 일요일에는 밖에 나갔다 왔다.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집에 가려면 버스표를 사야만 하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바로 나갔다. 다행히도 표를 사고 머리도 자른 후 시내를 돌아다니며 옷도 사고 게임도 했다. 간만에 펌프를 했는데.. 펌프 이번 버젼은 꽤 괜찮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좀 어려운 곡들을 연달아 두번을 했더니.. 완전히 다리가 풀려서 오랫동안 움직일수도 없었다. 너무 오랜만에 겪어보는 상황이기도 하고.. 어느때보다도 심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상당히 걱정했고 운동을 좀 하는 친구한테 전화를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시간이 좀 지나니 괜찮아졌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좀 늙었기도 하고;; 평소에 운동을 안하는게 문제인가보다.. 가끔씩 나와서 펌프를 해야하나.. ㅎ

그렇게 실컷 놀다가 들어오니 어느새 저녁시간도 지났다. 라면으로 대충 저녁을 처리하고 또 프로그래밍 숙제에 매달렸다. 사실 실제로 매달린 시간보다는 도대체가 해결될것 같지가 않은 상황을 보며 한숨을 쉰 시간이 훨씬 길었을 것이다. 또 밤을 반쯤 새고 문제는 어찌어찌 해결됐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도 내 컴퓨터에서는 컴파일까지는 하더라도 디버깅을 할 수가 없다. 자다 깨다 하면서 마무리를 짓고 아침 수업에 가서 퀴즈를 봤다. 결과는 참혹.. ㄱ- 그 숙제에 기반을 두고 나온 문제들인데.. 디버깅을 못해봤으니 엉망일수밖에…

오후에 이어지는 두개의 임베디드 관련 실험과목.. 이제는 익숙해진것 같다. 레포트 쓰는건 여전히 싫고 앞으로도 싫을테지만…;;

그리고 월요일 저녁..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떠나 집으로 향했다. 내 룸메이트 중 한명도 이미 집으로 갔다. 내가 출발하는 수요일 아침에는 정말 온 학교가 썰렁할것 같다. 기숙사 문을 수요일 오전에 닫기 때문에 내가 거의 마지막으로 나가는 셈이다.

지금…은 간만에 게임을 실컷 하고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일요일날 시내에 나갔다 오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한 것 같은데.. 역시 지금은 머리속에 남아있지 않다..

참.. 시내에 나가서 책도 두권 샀다. 거의 충동구매에 가까운데.. 두권 다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의 책이다. 한권은 그의 강의 중 현대 물리학에 관한 부분을 골라낸 것이고, 한권은 그의 위트스러운 일화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정말 재밌는 책이다. 하지만 나에겐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쌓여있다… 책좀 읽고 살아야하는데… 에휴..

내일은 윈도우 프로그래밍의 한 숙제를 마무리 하고 또다른 숙제를 시작해봐야 한다. 좀 놀다가 집에 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ㄱ- 그래도 난 여가를 즐기고 있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