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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손탁의 “이미지의 폭력”

 

Prized COLOUR print

Gold

“상처 Verwundet”

Laimer Wolfgang

AUST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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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손탁의 "사진적 폭력"


사진은 빗나간 역사와 정치의 반영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사진이 더없이 진실하고 신뢰 그 자체라고 믿고 있지만 시대의 저편으로 걸어 올라가 보면 사진이 앞장서서 거짓과 음모와 술수의 도구였음을 알게 됩니다. 스스로 동맥을 끓고 자살했던 비운의 여류 사진가 다이안 아버스는 "사진을 찍는 행위는 어쩔 수 없이 '잔인하고', '비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신뢰하는 사진의 그 투명함과, 명백함과, 사실성 때문에 오히려 역으로 역사와 정치를 오도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던 때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세상의 그 무엇이든지 일단 카메라에 잡히면 어떤 대상이라도 사진적 폭력 앞에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사진에 찍히면 뿌리칠 수 없는 증거가 되었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의 증거 능력 때문에 생긴 슬픈 사례는 너무도 많습니다. 1895년 10월, 명성황후 시해사건 때 일본 낭인들이 궁중나인으로 변복한 명성황후를 시해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그들이 일본인 황실전속사진사로부터 입수한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1871년 6월, 파리 경시청이 파리 코뮨에 연루된 살인 혐의자를 모조리 검거하여 단두대로 보낼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누구였는지를 말해 줄 수 있는 사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서슬퍼런 80년대, 독재에 항거한 데모대 앞에는 항상 그들을 향한 안기부의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철학자 수잔 손탁(Susan Sontag)은 사진은 권력이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사진은 사회적인 관습으로서, 그리고 증거로서 자기방어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힘의 수단으로서 언제나 권력적이었다고 말합니다.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 파옵티콘이란 감옥이 나옵니다. 파옵티콘은 간수들이 보이지 않는 원형 감옥입니다. 간수들이 보이지 않지만 서로를 보는 원형구조, 거기에다 죄수들의 그림자가 창살 밖으로 드러나게 되는 그림자의 감옥입니다. 감시자가 드러나지 않지만 죄수 스스로 드러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서운 감시수단이 파옵티콘이었습니다.


사진도 파옵티콘처럼 보이지 않는 감시체계입니다. 인공위성이 매일 우리를 감시하고, 몰래카메라는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출된 우리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증오의 이미지가 되기도 하고 절망의 이미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관찰의 대상이 되고 까발려지는 대상인데도 까발린 것을 좋아합니다. 이른바 오양의 비디오, 백양의 비디오로 명명된 "몰카"의 관음성과 탐욕성이 그것입니다. 몰카는 카메라를 거머쥔 사진의 폭력성과 남성적 욕망의 화신임을 잘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냉혹합니다. 아주 권력적이고 위험한 매체입니다. 감정도 없고 비정하며 책임지지도 않습니다. 수잔 손탁은 사진이 매순간마다 공격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통하여 황홀한 감정을 느끼고 시각적 잔인성마저 즐거워합니다. 몰카의 위력, 그것은 쾌감과 포착된 이미지의 중독입니다. 사진에 이러한 약탈적 속성이 있기에 너, 나, 우리는 약탈자인 동시에 약탈당하는 우울한 대상입니다.


사진의 윤리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수잔 손탁은 사진이 남성에게 유리하고 여성에게 불리한 매체라고 합니다. 그녀는 "사진을 찍는 행위란 도둑질과 윤간을 하는 행위와 유사하다"고까지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진의 용어는 하나같이 남성적이고, 폭력적이고, 외설스럽기조차 합니다. 우리는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죽음을 기억합니다.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것이 사진이고, 카메라였습니다. 사진은 항상 어둠 저편에서 플라톤의 동굴처럼, 파옵티콘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는 자명하게 남성적이고 여성을 향해 욕망을 충동질하는 권력입니다. 때문에 진정 사진에 필요한 것은 욕망을 다스리는 도덕률입니다. 사진의 업적 가운데 가장 멋진 업적을 든다면, 그것은 윤리를 지키면서 세상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카메라에 포착된 대상은 윤리적일 때 상처가 없고, 이성적일 때 우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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